2015년 5월 7일 목요일

...

이별 전에는
혼자 있으면
00를 속으로 욕했다
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속으로 꿍얼꿍얼꿍얼

이별 후엔
익살스러웠던 순간들이
충만했던 순간들이
따뜻했던 순간들이
설레고 떨렸던 순간들이
슉슉 스쳐간다
스쳐가면 잡아다가 눈앞에
몇 번이고 펼쳐보다가 놓아준다

몇 번이나 펼쳐보고 놓아주면
슉슉 오지 않고 빙 돌아갈까
멀리멀리

2015년 5월 6일 수요일

.....

언제나 널 지나칠 땐
바람빠진 풍선처럼
찔러도 터져나오지 못하는 울음을
품고 있었어

바람이나 차 있었다면
빵하고 터져버렸을 수도 있었으련만
체념과 패색의 푹신함이
울음마저 눅눅하게 만들어버렸지

그런데
언젠가부터
너를 봐도
그저 콸콸, 그저 큭큭, 그저 하하 호호
낭만적이었지
너를 건너며
삼돌이도 되었다가
미친사람도 되었다가

즐거웠다

하루는 금기의 줄도 쳐졌지
묘한 쾌감마저 있었다
이 답답한 세상에
순전한 쾌락과 순수한 열정을
금지하는 명백한 가이드라인이라니!
우리가 00가 아니어서 이끌어낸 거였을 거야
우린 위험한 사람들이고!
승리 아니니?

어제 널 지나치는데
다시
터져나오지 못하는 울음이 꿈틀대더라
나는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잠시 외출 나갔다 돌아온 건가봐
널 마주한 내가 새삼스럽게도 똑같았다
울지 못하는 나로서는
너 또한 그 자리에 여전한 게,
전처럼 콸콸 큭큭 하하 호호 소리를 내지 않고
그저 같이 걸어 주는 게
그게 고마울 뿐이었다

2015년 3월 29일 일요일

그런 날에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날이 있다.마치 토할 듯이.정확히 말하자면 눈물보다는 짐승 같은 울음인데..울렁대며 쏟아져 나오려는 걸 다독이기 위해 딴생각을 한다.어색한 빨간불 아래 앉아있는 저 대머리 아저씨도 울상이다.왜 울상일까.왠지 말을 붙이고 싶다..아저씨 왜 거기 앉아있어요?내가 여기서 걷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