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9일 토요일

피아노 없는 여자 woman without piano


http://www.wffis.or.kr/wffis2011/03_program/02_pro_read.php?sang_no=1236&code=161&round=13

2011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어제(4월 8일) 본 영화 <피아노 없는 여자>.
오픈 시네마 (남성 감독의 연출작) 부문에서 상영된 영화.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던 중년 여성이 어느 날 훌쩍 떠나고 싶어한다는 아주 흔해빠진 내러티브, 주제의식을 '안보여주기' '셔레이드의 반복'을 통해 색다르게 표현했다.

그 정도가 심해서 가끔 컬트영화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특히 담배 피우는데 단체로 좀비 같은 감시자들이 나타나 비디오를 찍거나, 남자가 구두 한 짝을 들고 있을 때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 강박적일 정도로 보여주지 않는 표현이 그랬다.

주인공이 남편이 잠든 밤 12시부터 밖에 나와 돌아다니기 때문에 영화의 배경은 온전히 밤이다. 그렇게 12시부터 7시까지의 스페인 마드리드의 밤거리를 배경으로 삼은 것이 야심으로 느껴졌고, 밤거리가 미쟝센적으로도 너무 예뻤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중년여성의 조력자이자 투사대상으로 미스테리어스하고 멍하고 사랑스러운 남자 캐릭터를 등장시켰는데,  이 여자를 옭아매는 금지들(영화에서는 no smoking으로 형상화되는)과 이 남자가 대비되며 어떤 마술적인 순간들의 연속이 구현된다.

결국 이 남자가 제도(아마도 경찰들)에 의해 거두어지고(아마도 감금) 주인공 여자도 집으로 돌아가지만, 열린 결말이 희망 혹은 변화를 상상하게 한다.

8시 반 영화였는데 극장에 들어갔을 때 머리가 희끗한 중년 여성, 남성 관객들이 꽤 많았다. 여성영화제의 저변이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화관계자나 여성주의자, 젊은 여성 관객들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층으로.

관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아주 좋았다.
예술영화를 표방하고 만든 것이 분명한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중년의 여성 관객들은 하나 같이 "내 얘기 같다"고 했다.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새롭고 반가웠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젊은 아해들이 놀고있는 곳으로 고고씽.
역시 아직은 젊은 아해들이 억압의 쇠사슬 '밖에서' 놀고 있는 걸 보는 게 더 재밌긴 했다.

점점 낀세대가 되어 가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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