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7일 화요일

에브리바디 올라잇 (원제 : Kids are all right)


아네트 베닝과 줄리앤 무어가 18년 동안 가정을 꾸려온 커플로 나오다니 정말 대단한 캐스팅이다. 아이템은 두 엄마가 각자 동일한 스펌(정자)을 기증 받아 한 명씩 낳은 자식들이 생물학적 아버지(정자 기증자)를 찾아나선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위기 발생. 포스터엔 그 남자와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만찬을 나누고 있다. 다 가족이 된다는 말인가? 마케팅은 이 영화를 '섹시 코미디'로 포지셔닝했다. 이 다소 일관성 없는 요소들이 어떻게 녹아있을까 궁금한 영화였다.

결과적으로 스토리 자체는 약간의 파격(레즈비언 부부)이 있는 보수적인 해피엔딩 가족 영화였지만, 그 보수성이 레즈비언 부부이기 때문에 급진성으로 치환가능하기도 하다. 아예 이런 설정이 먼 나라, 아니 먼 우주 이야기로만 보일 사람들이 한국에선 90%쯤 될 테니까.

영화 속 이야기는 아주 리얼했다. 감독 리사 촐로덴코가 레즈비언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일 테고, 또 <하이 아트>라는 영화로 선댄스에서 각본상을 받았던 이력의 소유자인 만큼 시나리오의 디테일과 구성이 탁월해 보였다.

그러나 줄리앤 무어와 마크 러팔로의 섹스신이 좀 걸렸다...레즈비언으로 나오는 줄리앤무어가 따뜻한 위로에 이끌려 남자(스펌 도너)와 섹스를 했다고 하기엔...너무 경쾌하게, 괴로움 없이 빠져든다.(이 사람은 바이섹슈얼인가? 영화의 대중성을 노리고 그랬나?), 또 아네트 베닝과의 케미스트리는 별로, 아니 정말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중년의 부부는 원래 그렇다고 말한다면 뭐, 그것도 리얼리티이긴 하겠지만..

아네트 베닝의 헤어,의상 스타일과 엄격하고 가부장적인 캐릭터 연기는 정말 훌륭했지만,

역시 케미스트리,,,케미스트리....

1. 중년이 되어 다 큰 아이들과 함께 가족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성찰이 있는 영화, "결혼 생활은 힘든 것이다."

2. 거기다가 레즈비언 부부라는 설정이 이성애 부부만큼이나 아주 당연하게 제시되기 때문에 급진성도 함께 갖춘 영화.

3. 시종일관 자연스러운 일상이 빈틈없이 리드미컬하게 보여지는 영화.

4. 사춘기 아이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5. 조경일을 하기 전까지 줄리앤 무어의 의상은 좀 에러가 아닌가...

6.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고백 장면, 역시나 배우들의 힘으로 가슴을 울린다. 아네트 베닝이 말없이 눈물 흘릴 때 나도 울었다. 

7. 이건 정말 가족영화인데...레즈비언 부부라는 설정이어서 타겟이 애매모호하다. 레즈비언들이 대놓고 즐기기엔 너무 어덜트한 중년의 가정사고, 이성애자들이 즐기기엔 줄리앤 무어와 마크 러팔로의 어페어를 제외하곤 와닿지 않을 것이고.. 그러나 소소하지만 디테일이 훌륭하고 훈훈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단, 호모포비아가 아니어야 할 것) 이라면 이런 얘기도 있군, 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8. 마지막에 아들이 두 분 그냥 이제 너무 늙었으니까 헤어지지 말고 쭉 살라고 말할 때는,, 내가 다 막 늙은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씁쓸....<러브 어페어>의 완소 아네트 베닝이,, <디 아워스>의 완소 줄리앤 무어가 이제 오십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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