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2일 토요일

여행자



여행자는 망설인다.
이 문을 나서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결심해야 하기에...아마 친구와 여행을 다니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오른쪽? 왼쪽? 일 것이다. 특히 지도 속 2차원의 축적을 풀어 3차원 공간에 대입해야 할 때.

어떤 게스트 하우스로 가야 할 것인지,
걸어갈 것인지, 뚝뚝을 탈 것인지, 버스를 탈 것인지, 택시를 탈 것인지.
내가 가진 돈과 짐과 동선과 현재 시간이 그 모든 결정의 변수가 된다.
갈팡질팡하지 않기 위해 여행자에게 필요한 건 생각할 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비엔티엔 버스터미널에 아침 일찍 도착해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빵 파는 구내마트 사장님은 여행자인 우리에게 빵과 커피요금을 거의 배로 불러 바가지를 씌웠다. 딸은 엄마에게 눈짓으로 이거 맞아? 엄마 더 받았잖아, 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 눈빛 후에 실제로 빵 하나 얼마, 이거 얼마 이렇게 우리의 쟁반을 가리키며 중얼거리기도 했다. ㅋ 우리는 저 사장님이 원래 가격보다 더 비싸게 불렀다는 것을 알았지만 바가지여도 우리돈으로 토탈 2천원밖에 안 되는 돈이라, 기꺼이 값을 치르고 연유가 들어간 정말 진한 라오 커피와 빵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때 시야에 한 여행자가 들어왔다.
그는 방금 도착한 듯보였다.
아무런 생각없이 보고 있었는데 한참을 지나도 그 자리에 멍하게 서 있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꺼냈다. 빵가루가 묻은 손을 털고 카메라를 잡았다.
그는 문의 정 중앙에서 정면을 보고 서 있었다. 한참을 서 있다 드디어 한 칸 내려가더니 오른손으로 가방 손잡이를 잡고 몸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오른쪽으로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무려 5분이 걸렸다. 5분 동안 아마도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댓글 2개:

  1. 저는 반대로
    시리아 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친절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밤중에 현금인출기를 찾아서 저와 함께 40분을 걸어서
    이웃마을까지 같이 가준 분, 그 이웃마을에서
    돌아오는 길이라고 공짜로 차를 태워주신 택시 기사분.

    무의식중에 세뇌된 무슬림과 중동인들에 대한 편견이
    여지없이 날아간 순간 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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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주 친절하신 분들이네요. 하지만, 저 혼자였다면 거절했을 좀 무섭게 과한 친절..ㅎㄷㄷㄷ

    전 다음 여행지는 터키를 꼭 가보고 싶어요.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에 바탕한 유럽문명의 흔적이 공존하는 그곳.

    캄보디아 시엠립와 라오스 루앙프라방은 특히 너무 관광지여서 성수기에 바짝,이런 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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